이성주 발행인
경주는 참 살만한 곳입니다.
신라천년의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라고 합니다. 시민들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러워하면서 그 자존감 또한 대단합니다.
경주에서는 조금만 여유를 부리면 자연과 벗이 되고 선조들이 물려 준 유무형문화유산과 1천여 년 전의 교감을 나눌 수 있습니다. 참 살만한 도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주만큼 아름다운 도시는 없을 것입니다. 깨끗한 도심, 계절마다 자연이 주는 형형색색의 찬란함,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유산이 있는 곳, 나도 언젠가는 경주에서 살고 싶습니다” 이렇듯 경주는 많은 이들의 동경의 대상입니다.
나는 이러한 경주가 늘 자랑스러웠습니다.
요즈음은 경주를 두고 ‘풍요 속에 빈곤’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경주가 정작 뿌리를 두고 있는 시민들을 옥죄고 있다고 합니다.
한때 잘나가던 볼거리 많은 역사문화도시, 관광도시의 위상을 잃었다고 합니다.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며 아우성입니다. 정말 경주의 현실이 그러한지 나도 의문입니다.
경주는 역사의 뿌리가 깊고 명확한 곳입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역사와 문화가 있고 그리고 그 속에 지금 우리가 있습니다.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지방자치라는 말이 성행하게 됩니다. 1991년 32년 만에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지역사회는 커다란 변화가 시작됩니다.
특히 지방정치는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기초의회라는 다소 생소한 기구가 만들어 졌고 구성원(기초의원)과 경주를 이끌어 가는 시장도 우리가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책임을 동반하게 만들었습니다. 선택에 대한 책임도, 우리의 행동에 대한 책임도 그 역사가 되고 미래가 되고 있습니다.
경주의 변화와 희망을 이야기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왜 경주가 변해야 하는지, 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희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기를 꺼려합니다. 지방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보다는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남만 변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경주의 미래를 말하고 싶습니다. 책임감을 느끼며 풀어야 할 것은 풀어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5년 뒤의 경주는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춤했던 인구도 늘고 곳곳에서 신나는 새로운 사고가 넘칠 것입니다. ‘경주가 살만해 졌구나’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지금 경주에 발을 붙이고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경주의 미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권리가 주어졌으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이를 인식하고 있는지 짚어보아야 합니다. 경주의 경쟁력은 바로 누구보다 풍부한 역사적 인식과 애향심을 갖고 있는 경주시민들입니다. 이러한 힘은 경주 발전의 근간이 됩니다.
그러나 작금에 경주는 어떠합니다. 우리는 선택의 귀로에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좋은 결과를 담아 내지 못했습니다. 근시안적인 이기심은 편을 갈라놓고 이를 기회로 삼아 목적을 취하려는 이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작 ‘내’ 생각만 중요하고 ‘남’ 생각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지방자치제의 근간은 주민공론화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스스로의 틀 안에 갇혀서 자신의 방식만 주장해 왔습니다.
지난 수년간 우리 경주에는 많은 현안이 있었습니다. 경주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했습니까?
소위 주도층은 ‘우리가 다 알고 있으니 정해 놓으면 따라오면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바라보는 시민들은 ‘우리는 인정할 수 없으니 무조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마지못해 여론이 악화되면 슬그머니 여론 수렴이라는 말을 꺼냅니다. 이미 뼈대를 만들어 놓고 여론이라는 살을 붙이는 형식을 반복해 왔습니다.
돌이켜보면 굵직한 현안을 두고 주민여론 수렴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나 마지못해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발전적 논의는 할 수 없었고 검증하지 못하고 그냥 진행되고 말았습니다.
경주고속철도 경주통과노선, 경주경마장 건설, 고도보존법, 월성원자력 건설, 방폐장 유치건설, 시립화장장 설치, 쓰레기 소각장 설치,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결정,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신청, 특별지원금 3000억원 사용 등 경주의 미래와 밀접한 사안들이 결국은 일방통행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멍석을 깔고 여론을 모으려면 오히려 논란만 커졌습니다. 공론화를 위해 나서면 오히려 역풍을 맞습니다. ‘이미 짜 놓은 각본이 아니냐?’라고 비난합니다. 주도층은 반대가 두려워 꺼내지 못하고 해당자들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정말 무엇이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대화가 없다보니 오해만 쌓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좋은 것조차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신뢰는 무너지고 지역과 계층, 민민간 갈등의 골만 깊어 졌습니다. 이러한 풍토는 누구의 잘못입니까?
지역발전은 담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할 때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목소리 큰 몇몇 사람의 주장이 아닌 공론화를 통한 여론이 중요합니다. 그러자면 서로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역량이 중요하다면 다른 주장을 펴는 상대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경주의 큰 사안들이 오랫동안 정착하지 못하고 그때 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은 바로 공론화를 통해 중지를 모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굳이 과거지사를 끄집어내는 것이 무엇이 그리 중하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잘못된 과거의 성찰 없이는 발전방향을 논하기 어렵습니다.
경주사회의 희망은 소통疏通에 있습니다. 정책적인 소통은 물론, 기관과 기관, 기관과 시민, 선거직과 시민, 시민과 시민 등등.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이성적 비판을 수용하고 감성적 동화를 하려면 소통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경주의 미래는 단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후배와 자녀들, 더 나아가 후손들에게 보다 나은 경주의 미래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물질적인 풍요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 시대 우리들이 갖고 있는 이성적 가치기준과 인간적 소통의 문화를 물려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무엇이 옳은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많은 용기를 주었습니다. 경주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있는 그대로 쓴 것을 펼쳐 보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잘못은 씻고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경주가 되기를 염원해 봅니다. 오늘날 제가 있기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저의 마음을 이 책에 담아 고마움을 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 나은 글을 올리겠습니다.
2013년 1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