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 발행인
경주시가 2005년 11월 2일 89.4% 찬성률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을 유치한 후, 2006년 6월 30일 정부에 116개 사업 8조8226억원 규모의 방폐장유지지역지원사업을 신청할 때만 해도 경주는 뭔가 되는 듯 했다. 그리고 2007년 4월 1차로 방폐장유치지역지원위원회에서 4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확정할 때만 하더라도 정부가 우리가 달라고 해도 다 주지는 않겠지, 많은 사업을 신청해 그만큼 건진 것만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해 5월 3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2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김관용 경북도지사, 백상승 시장, 도의원, 시의원을 비롯한 방폐장 경주유치에 적극 나섰던 인사들이 대거 모여 한바탕 축제를 열었다. ‘방폐장 특별지원사업확정 경주시민 환영 및 결의대회’란 이름으로…
하지만 그러한 축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확정된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은 55개 사업에 3조4350억원 규모로 줄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업이 확정되고도 국비지원은 미미했다. 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관심 했다. 5년이 지난 지난해까지 국비가 지원된 것은 고작 27%에 그쳤다.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경주시의회도,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부청사 앞에서 목청을 높였지만 경주를 위해 특별히 예산을 수립해 놓은 것은 없었다. 부처마다 배정받은 예산범위 내에서 편성하는 ‘탑다운 방식’에 묶여 예산을 더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경주시 간부공무원들이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부처에 수시로 찾아가도 그 성과는 미미했다. 정부는 19년 동안 표류하던 방폐장을 해결해준 경주를 외면했다.
더 놀라운 것은 정부가 방폐장 유치지역인 경주에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예산부족타령만 했다.
전국 지자체에 지원하는 국비는 사업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70%를 중앙부처가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방폐장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2조 국고보조금의 보조율, 시행령 28조 국고보조금의 인상지원에 따르면 기존 지원에서 20% 가산율을 적용하고 상한 마지노선을 80%로 정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 6년여 동안 정부 각 부처가 이를 지키면서 예산을 더 준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중앙부처를 다녀온 경주시 공무원들조차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7년 전으로 돌아가 이 문제를 논하고 싶지 않다. 경주시가 아무리 주장하고 요구해보았자 중앙부처가 들어줄 리 만무하고 자꾸 요구하다간 혹여 미운털이 박혀 다른 예산까지 못 받을까봐 전전긍긍해야하는 것이 힘없는 지자체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마냥 정부의 처분(?)만을 기다려야 하는 경주의 현실이 안타깝다. ‘내 책임입니다’라고 용기 있게 말하는 이 없는 경주가 안타깝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부만 쳐다보아야 하는 경주의 처지가 더더욱 안타깝다.
*이 칼럼은 2012년 5월 9자 내용이며 칼럼집 ‘이성주의 慶州萬事’에 수록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