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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대논단/신라문화제가 기다려집니다.

이성주 기자 입력 2023.01.11 23:25 수정 2023.01.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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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발행인

 

신라문화제는 1962년 4월 13일 처음 개최 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에는 전국에 대규모 행사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국가차원에서도 신라문화제를 장려했기 때문에 국민의 관심은 대단했다. 이듬해인 1963년부터는 10월 중 3일간 개최키로 결정됐고 이후 몇 차례 변동은 있었지만 꾸준히 열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행사로 자리 잡았다.

30여 년 전 경주에서 학교를 다녔던 시민들은 신라문화제를 앞두고 가장행렬에 나가기 위해 수업도 다 받지 않고 연습하고 직접 참여했던 추억을 갖고 있다. 이렇듯 경주시민들에게 신라문화제는 추억의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신라문화제에 대한 여러 논란은 지극히 단순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큰 주목을 받았던 때의 추억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함께 했던 추억이 점점 사라지고 존재가치도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신라문화제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웠던 시절에 시작되었지만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자긍심은 대단했다. 그러나 풍요의 시대, 행사의 홍수 속에서 신라문화제의 존재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낡은 사진첩에 빛바랜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래도 시민들은 신라문화제를 기다린다. 시민들이 살고 있는 이 땅 경주가 바로 ‘신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라문화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대향연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신라문화제를 두고 신라의 찬란했던 문화를 계승해야 한다거나, 문화예술적인 부문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이설異說을 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살아 온 우리의 노력이 그동안 너무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신라문화제는 기다려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원칙만은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고 형식에 너무 연연하자는 것은 아니다.

신라문화제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하나 되고 경주전체가 향연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행사 장소부터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
휑한 시민운동장에 기관장을 초청하고 시민들을 앉혀 놓고 하는 개막공식행사나 공연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보여주기 식 행사의 전형이다. 차라리 경주역 앞 도심의 중심도로를 공식행사장으로 사용한다면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는 물론 관광객들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강렬한 인상이다. 관광객들에게 각인 될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이 참여하고 감동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사전에 홍보하고, 참여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신명나는 장을 만들어 주면 된다. 전통의식이나 어울림 행사, 길놀이 등을 꼭 낮 시간에만 할 것이 아니라 야간에 도심 한가운데에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공급자 입장에서의 운영이 아닌 수요자의 입장에서 치르는 신라문화제가 되어야 한다.

 
예산타령도 핑계일 뿐이다. 제대로 하지 않으니 찾는 사람이 없고 찾는 사람이 없다보니 자꾸 위축되어 온 것이 지금 신라문화제의 현실이다. 정작 행사를 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예산을 확보하려고 해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

경주시나 경주시의회는 신라문화제를 제대로 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예산에 대해 인색해서는 안 된다. 경주시는 연간 수 십 억 원 가량을 각종 단위별 축제나 행사 등에 지원하고 있다. 행사의 가치나 의미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지만 예산 투입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소모성 행사, 표를 의식한 행사, 생색을 내는 행사에 예산을 낭비해야하는가.

또 지역 지도층의 역할이 중요하다. 신라문화제는 이제 도비조차 쥐꼬리만큼 받는 형국이 됐다. 경북도내 다른 지자체에서도 축제가 많이 열리기 때문에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신라문화제가 경북지역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느 축제들과 비교대상이 되는 그 자체가 부끄럽다. 예산 확보는 선거직들이 나서야 한다. 시민들이 경주를 위해 예산을 잘 따오라고 뽑아 준 이들이기 때문이다.

 
신라문화제의 성공여부는 경주시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행사 때문에 차가 막힌다고, 혹여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면 ‘누워서 침 뱉기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신라문화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문화를 지켜나가는 이 시대 경주시민들의 삶과 문화수준을 보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광을 잘 지키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우리가 꼭 지켜야할 신라문화제라면 더 늦기 전에 후손들에게 제대로 물려 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2012년 10월 22일자 내용이며 칼럼집 ‘이성주의 慶州萬事’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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