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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대논단/아! 쪽샘지구여...

이성주 기자 입력 2023.01.11 23:28 수정 2023.01.1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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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발행인

 

본 기자가 보도한 경주 쪽샘지구 특집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쪽샘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다시 생각났다’ ‘중앙정부가 문화재와 함께 살아야하는 경주시민들의 형편을 제발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한 문화재정비사업인지 모르겠다’ ‘쪽샘지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등등의 의견을 전해왔다. 시민들은 과거 속으로 사라진 쪽샘지구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아쉬워하면서, 문화재의 보고寶庫 고도경주에서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힘겨움을 토로했다.

 
-왜 현재의 역사를 외면하는가?

 
우리는 흔히 역사를 먼 과거에서만 찾는다. 하지만 먼 과거의 역사도 한세대, 한세대가 겹겹이 쌓여 현재에 이른다. 쪽샘지구는 한세대 또는 두세대 경주시민들의 삶의 애환을 간직했던 대표적인 곳이었다. 경주는 신라천년의 왕도이자 문화재의 보고이다. 하지만 지금 경주는 그 장대長大했던 과거의 역사에만 의존하고 존재할 뿐 현재는 발견하기 어렵다. 쪽샘지구는 문화재와 시민이 한때 삶을 공유했던 경주현대사의 상징이다. 과거만 쫓고 현재를 외면하고 미래를 논하는 과오를 범하는 것이 안타깝다.

 
-문화재와 시민이 공존하자.

 
문화재청과 경주시의 계획대로라면 쪽샘지구는 철거와 문화재 발굴, 정비를 거쳐야 하는 곳이다. 기간만 최소 20년이다. 이러한 계획은 쪽샘지구에 존재했던 숱한 삶과 향수를 내몰고 무분별한 철거로 인해 주변지역에까지 피해를 입혔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왜 땅속에 있는 문화재로 인해 피해만 보아야 하는가?’라는 하소연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고도경주를 아끼지 않고,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하소연이 나오는 것은 애초부터 시민들의 삶보다 문화재보호에 더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이웃사촌으로 여기고 살아온 시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하는 사업마다 20년, 30년 걸리는 정책은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화재와 시민이 공존할 수 있는 역사문화도시 경주를 기대하는 것이 과연 욕심인가?

 
-법 타령, 예산타령 그만하자.

 
경주는 우리나라 문화재보호지역의 상징이다. 경주 때문에 문화재보호법이 생겼고 문화재청이 할 일이 있고, 관계자들이 먹고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을 모르는 시민들은 아무도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쪽샘지구정비사업을 보면 문화재보호 및 정비사업의 대책 없는 여유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한결같이 문화재보호법 타령에다, 예산부족 타령이다. 그렇다고 경주에서 매년 문화재발굴이나 문화재정비사업을 하지 않았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지금도 쪽샘지구를 비롯한 지역 곳곳에 문화재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법 타령, 예산 타령은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현실적인 기준을 정해 놓았더라면, 조금만 더 경주시민들을 생각했더라면, 지도층이 좀 더 노력을 했더라면, 경주의 이곳저곳을 파헤쳐 놓고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적지 황폐화와 도심을 침체하게 한 쪽샘지구정비사업을 지도층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밑그림을 그리고, 단계별로 추진하자.

 
천년고도 경주의 유·무형문화유산은 소중한 자산이다. 경주는 이러한 문화유산을 통해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더 이상 법 타령, 예산타령을 하지 말자. 당장 필요한 것은 바로 경주를 시민들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 명품고도로 만드는 노력이다. 이곳저곳 헤집는 정비가 아니라 명품고도 경주를 만들 수 있는 5년, 10년, 30년, 100년, 1000년 계획을 세워 우선순위를 매겨 진행하자. 그리고 그 계획에는 시민들의 삶과 문화재가 공존할 수 있는 밑그림이 바탕 되어야 한다.

 
-명품경주 만들기 시민운동 펼치자.

 
역사문화도시 경주는 경주시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경주를 지키고 명품고도로 가꾸어 나가야 하는 그 주축은 경주시민들이 되어야 한다. 지난날 우리는 명품경주 만들기에 소홀했다. 법이든 예산이든, 지도층을 원망하든 간에 우선 우리가 먼저 명품경주를 만드는데 힘을 모으자. 그리고 새로운 시민운동의 방향을 찾아보자. 그동안 우리는 방폐장 유치, 원전건설, 경마장과 태권도 공원 유치 등 눈앞에 있는 사안, 돈이 되고 치적이 두드러지는 사업에만 관심을 가졌지 정작 명품경주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아쉬웠다. 명품경주는 우수한 문화재와 아름다운 자연경관, 유·무형의 자산 위에 이를 소중하게 여기고 빛나게 하는 시민들의 역사관과 문화마인드가 녹아 있을 때 가능하다. 이제는 시민들이 먼저 명품경주를 만드는데 앞장설 때다. 그것이 바로 역사문화도시 경주를 지키는 일이자 명품경주를 만드는 일이다.

 
*이 칼럼은 2013년 5월 6자 내용이며 칼럼집 ‘이성주의 慶州萬事’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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