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열의 은준인(隱準人·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
프롤로그/은퇴의 승패는 ‘준비’에 있다.(하)
그날이 왔다. 2017년 1월 15일.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으로 발령받아 오후에 박스 하나 달랑 들고 ‘시니어 전문원’이라는 몹시 생소한 신분으로 사무실을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임시로 만든 공간으로 나왔다. 몹시도 당황스러웠다. 현직에서 탈피한다는 해방감 또한 컸지만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것도 사무실에서 나온 지 불가 몇 시간만의 일로 기억된다. 다들 그런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다른 특별한 묘수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그 압박감을 담담하게 감내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시절과 군 복무를 마치고 1984년 당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꽤 인기가 있었던 공기업에 어려운 경쟁력을 뚫고 입사하여 34년 10개월을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게 된 것은 어쩌면 나에게 큰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공기업에 대한 불편한 편견을 다소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내가 느낀 나의 직장 생활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 특히 홍보과장, 홍보부장, 지역 협력팀장, 대외협력실장, 대외협력처장 직을 맡아 달려 온 최근 20여 년간의 나의 생활은 원자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말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2년간의 정년이 연장되면서 만 60세가 되는 해인 2018년 12월에 퇴직하게 되었다.
주어진 2년간의 임금피크제 기간을 잘 보내면 뭔가 나의 후반기 인생에 대한 답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임금피크제 근무 생활이 시작되었다.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에는 모든 결재 라인에서 제외됨으로 인해 실무 책임자로 있을 때보다는 시간적 여유도 생겨 그동안 해 보지 못했던 퇴직 후의 삶에 대해 상상해 보면서 각오를 다졌다. 그래서 임금피크제 기간 첫날부터 주어진 시간을 가장 유용하게 보내자는 의미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미친 듯이 읽기 시작했다. 그곳에 나의 미래가 있고 완성된 나의 노후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낸 3개월간 읽은 책의 양은 양적으로는 몇 년간 읽은 분량이었으며 대체로 이러한 생활에 만족한 듯 보였다. 아무도 은퇴를 준비하는 나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조언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
특히 임금피크제 퇴직 예정자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2주간 '헬로! 마이 라이프'라는 장기 교육을 받았으니 이젠 퇴직 후에 잘 생활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교육 후에도 특히 신경 쓸 부분이 없어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기 위해 또 많은 책을 읽어 갔다. 그러던 중 약 1년 전 여러 원인으로 인해 두 눈에 대해 인공 조형물 삽입 수술을 받은지라 두 눈에 대한 피로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것이 진정 퇴직 후 나의 삶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는 노력인지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건 아니겠구나 하는 판단과 함께 새로운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남은 기간을 좀 더 디테일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앞으로 하는 모든 일을 보다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출발점은 내가 퇴직 후 나의 삶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분석하는 일이었다. 퇴직자의 퇴직 후 삶의 모습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퇴직 후 자연스럽게 다른 직종에 연결되어 몇 년간 재취업하는 경우도 봤고 또 평소 생각해왔던 분야에 새로운 도전을 위해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재취업을 희망하나 마땅한 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이제 퇴직했으니 꿈에 그리던 제주도에 가서 1개월만 살다 와야지 하면서 여행부터 떠나고 보는 사람도 있고 해외여행이나 실컷 다니자는 해외여행파도 있다. 또 평생을 기다려왔다면서 적당한 시골을 찾아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사람도 봤다. 먼저 퇴직한 입사 동기 한 명이 TV에 출연한다고 동기들 사이 단체 카톡이 와서 프로그램을 시청했더니 퇴직 후 밖에 안 나가고 하루 종일 집에서 TV만 시청한다고 아내가 방송사 고발 프로그램에 고발해서 출연한 동기도 있었다.
은준인(隱準人),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본 은준인들은 정확히 표현은 하지 않지만 뭔가 방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또한 그들처럼 그렇게 조금씩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은퇴라는 시기는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주 가까이에서 말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무런 계획이 없지 않은가? 창업을 고민했으나 돈 들어가는 짓거리는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아내의 야무진 최후의 통첩에 그냥 살포시 접었고 돈 안 드는 곳에 어디 재취업해서 돈 벌어 오라는 무언의 암시라 느끼고 고민이 깊어만 갔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35년을 직장생활하면서 월급을 통장채로 아내에게 바쳤고 선머슴 동냥 받듯 아내로부터 용돈을 받아 각박하게 살아왔었다. 물가인상 등을 이유로 용돈인상에 대한 나의 간절한 요구도 묵살되어 오면서 우린 그렇게 살아왔다.
어쨌든 아내의 이러한 피나는 공로로 이제 그냥 먹고살 만한 것 같은데 퇴직하는 순간부터 또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고민을 해야 하다니 욕심인지 바보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년퇴직 남성의 현실로 느껴졌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일해 왔는데 퇴직 다음날부터 나갈 새로운 돈벌이를 고심해야 하다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왜 그럴까?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들의 아내가 그렇게 일방적인 사람들이 아닐 텐데 왜 우리는 이러한 고민에 빠져야 되는지 알쏭달쏭 했다. 한참의 연구 끝에 나는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답을 찾았다.
우리 주변의 많은 퇴직자들이 그들의 삶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우린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바깥과의 통로를 단절시키고 은둔생활을 하는 경우도 봤다. 은퇴시기에 대한 준비가 없다면 그렇게 은둔인(隱遁人)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준비가 마땅찮다. 아무도 정확히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내가 언급하는 내용은 퇴직 후 창업이나 재취업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그와는 별도로 퇴직 후 은퇴시기의 삶을 보다 의미 있고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삶을 나는 ‘품격 있는 은퇴생활’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은퇴 준비에 대한 현실적 실전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나는 스스로 은퇴준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왜냐하면 그래야지 다른 은준인들이 나처럼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은퇴 준비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창출된 것이 '은퇴준비 4가지 영역'과 ‘자기 핵심 브랜드(self-core brand)’ 만들기다. 아마도 지금까지 이렇게 실전을 통해 정립된 구체적 은퇴준비 실천 방법을 제시한 경우는 없다고 본다.
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ART 코치(국내 1호)‘로 인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ART’는 ‘After retirement’에서 따온 약어로서 '퇴직 후‘라는 의미다. 즉 ’ART‘는 ‘퇴직 후 은퇴시기의 품격 있는 삶’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한 충실한 코칭의 역할이 바로 ‘ART 코치’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은퇴준비 실전 전문가로서는 국내 최초이기 때문에 ‘ART 코치(국내 1호)‘가 된 것이다.
그럼, 은준인(隱準人) 여러분들께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퇴직 후 매일 고정적으로 갈 곳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나요?
자기 주도 하에 사용할 생활자금이 구체적으로 준비되어 있나요?
퇴직 후 혼자서 멋지게 삶을 즐길 준비가 구체적으로 되어 있나요?
퇴직 후 타인과 함께 즐길 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되어 있나요?
퇴직 후 끝까지 배우고 도전하고자 하는 일들이 구체적으로 있나요?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봉사하겠다는 준비가 구체적으로 되어 있나요?
퇴직 후 그동안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어떻게 성취할지에 대해 구체적 준비가 되어 있나요?
위의 질문 중 하나라도 덜 준비되었다면 여러분은 은퇴 준비가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하물며 그 중 한 개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염려하지 마라. 지금부터 차근차근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의 준비를 완벽하게 갖춘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므로 더욱 쉽지 않다. 각자의 생각이나 취향이 다르듯 각자의 생활 방식 또한 다를 것이며 특히 은퇴시기의 삶의 내용도 각자가 다를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길을 가던 구체적 준비 없이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여러분의 품격 있는 은퇴시기를 맞이하기 위해 실전 경험 통해 얻은 사례 중심으로 쉽게 열거하도록 노력했다. 그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은퇴준비 지침서’가 될 것이라는 나의 확신이 빗나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퇴직을 앞둔 여러분 모두가 은둔인(隱遁人)가 아닌 멋진 은준인(隱準人)가 되기를 바란다.
김관열 작가는?
핀란드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 MBA 석사
전) 한국수력원자력 처장(1직급)으로 정년퇴직(35년간 근무)
현) 은퇴준비실전연구소 소장(교통방송, MBC 등 다수 출연)
- 은준인 저자로 ART코치 국내1호(은퇴준비 전문강사)
현) (사)한국중장년 고용협회 전문위원, (사)국민다안전교육협회 전임강사
현) 대중가요 작사가(경주 아리랑 등 다수 음원 발매)
- 제1회 정귀문 예술제 전국 작사공모제 최우수상(제목:예기소/藝妓沼)
현) 1인 유튜버(은준인TV) 구독자 1만명 보유(200만 조회 영상 보유)
현) 직무전문면접관 1급 등 20여개 전문 자격증 취득
현) 기타 평생학습대학, 노인대학, 민방위교육 분야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